[변호사 칼럼] 준강간 혐의, 유무죄 가르는 핵심은 상태 인식과 객관적 정황

박은석 변호사 / 기사승인 : 2026-08-07 14: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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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지나 야외 술자리 등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분위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하룻밤을 보내는 일은 그리 어색한 모습이 아니다. 서로 호감을 느끼고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했기에,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으로부터 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게 되면서 상황은 180도 뒤바뀌게 된다. 당사자 간의 기억과 동의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행동 하나하나가 형사 사건의 결정적 쟁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준강간 사건은 당사자 단 둘만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특성상, 수사기관이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과 진술의 신빙성을 토대로 혐의 유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한 감정적 해명보다는 법리적 성립 요건과 실무적 판단 기준에 맞추어 대응해야 한다.

 

형법 제299조에 규정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처벌하는 범죄다.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강제력 행사가 없었더라도, 상대방이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였음을 이용하여 성관계를 맺었다면 강간죄와 동일하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중형에 처해진다.

 

성범죄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법리적 쟁점은 '상대방이 실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는가'와 '행위자가 이를 인식하고 이용하려는 고의가 있었는가'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알코올로 인해 기억이 단절된 '블랙아웃'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관계와 의식 자체가 소실되어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패싱아웃' 상태는 명백히 구분된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사건 전후의 동선, CCTV에 포착된 피해자의 비틀거림 정도, 숙박업소 결제 및 입실 과정, 사건 직후 나누었던 메신저 대화의 문맥 등을 종합하여 상대방의 상태를 평가한다.

 

한편, 준강간 사건은 단일 혐의로 끝나지 않고, 사건 발생 장소나 경위에 따라 가중처벌 요건이 결합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피서지 숙소나 타인의 주거지에 들어가는 과정이 포함되었다면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준강간죄가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무거운 혐의가 적용되는 것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대목은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빠지기 쉬운 '진술의 함정'이다. 많은 피의자들이 "상대방도 술에 취했으나 동의한 것으로 생각했다"며 자의적인 해명을 남기곤 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 진술을 "상대방이 술에 만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피의자 스스로 이미 알고 있었다"는 고의성의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인다. 본인은 억울함을 호소하려 한 말이, 역으로 본인에게 불리한 자백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법률적 지식 없이 한 진술 하나가 수사관의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결정의 결정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초기 수사 단계부터 CCTV, 카드 내역, 동선 기록, 대화 캡처 등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여 일관되고 논리적인 진술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박은석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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