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아동학대, 활동성 상처와 학대의 흔적 구분해야… 부모의 방어권을 행사하려면

박민희 대표변호사 / 기사승인 : 2026-04-23 13: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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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유례없는 엄벌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동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사법적 진보의 결과이나 실무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관측된다. 특히 의료진과 교사 등 '신고 의무자'에게 부여된 강력한 신고 책임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의구심조차 즉각적인 사법 처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거에는 일상적인 안전사고나 훈육 과정의 우발적 상황으로 치부되던 사안들이, 이제는 신고 접수와 동시에 형사 피의 사건으로 전환된다. 보호자들은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기도 전에 수사 기관의 조사를 대비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에 직면하며 이 과정에서 평범한 가정의 일상이 무너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아동 보호라는 대의 아래, 개별 사건의 특수성과 구체적 타임라인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수사가 개시되는 시스템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아동학대 사건 수사에서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상처의 원인에 대한 인과관계 증명'이다. 아동은 발달 특성상 주의력이 부족하고 신체 조절 능력이 미숙하여 놀이터에서의 낙상이나 가구와의 충돌 등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외상을 입는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성 상처'가 제3자의 신고로 이어지는 순간, 사법 체계는 이를 보호자의 가해 행위와 연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발생하는 법리적 쟁점은 입증 책임의 실질적 전가다. 원칙적으로는 수사 기관이 학대 행위를 입증해야 하지만, 실제 조사 과정에서는 보호자가 상처가 발생한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지 못할 경우 이를 유죄의 정황으로 간주하는 사례가 많다. 의사전달 능력이 부족한 영유아의 경우, 상처의 형태나 부위가 통계적인 '학대 의심 징후'와 일치한다는 전문가의 소견서 한 장만으로도 보호자는 매우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따라서 실무상 관건은 이러한 통계적 의심을 개별적·과학적 반증으로 타파하는 데 있다.

신체적 학대 혐의를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서적 학대'에 대한 대응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의 심리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위협이나 언어적 압박을 폭넓게 처벌하는 추세다. 이는 안전사고로 인해 시작된 수사가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 방식이나 평소의 훈육 태도와 맞물려 정서적 학대 혐의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은 보호자의 행위가 아동의 복리를 실질적으로 해칠 고의성이 있었는가 여부다. 단순히 훈육이 엄격했다거나 우발적으로 언성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는 학대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사 단계에서 대응이 미숙할 경우, 부모의 교육적 열의나 훈육 방식이 가혹 행위로 재해석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단순 사고임을 입증하는 논리와 더불어 평소 아동과의 애착 관계가 견고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억울한 아동학대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감정적인 호소가 아닌, 사건의 논리적 재구성이다. 수사 기관이 가진 확증 편향을 깨기 위해서는 신고의 근거가 된 상처가 발생한 시점과 장소, 당시의 물리적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정 내 홈캠 영상이 없다면 아동이 평소에 장난을 치다 다쳤던 기록, 어린이집 상담 내역, 사고 직후 보호자가 아이의 상태를 걱정하며 배우자나 지인과 나눈 메시지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 또한 의료기관의 소견서 역시 단순히 학대 의심이라는 문구에 매몰되지 않고, 해당 상처가 아동의 활동 범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특이적 외상임을 전문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부모들은 수사관이 ‘아이 키우기 힘드시죠?’라며 건네는 공감 섞인 질문에 무장해제되기 쉽다. 그런데 ‘맞아요, 가끔은 너무 화가 나서 통제가 안 될 때도 있어요’라고 답하는 순간, 이 발언은 조서에 '학대의 상습성과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진술'로 남게 된다. 부모로서 겪는 육아의 고충이 법률적으로는 범죄의 동기로 치환될 수 있다.

아동학대 사건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한 가정의 존립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엄중한 사법 현실 속에서 부모가 홀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초기 진술에서의 사소한 모순이 훗날 재판에서 결정적인 유죄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에, 사건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방어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 기관의 시각에서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함정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만이 억울한 낙인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길이다.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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