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소음성 난청은 오랜 시간 소음에 노출된 노동자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직업병이다. 문제는 청력이 서서히 저하되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가 나이가 들어서야 자신의 난청이 과거의 작업환경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데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산재 신청에서 보상 결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반영해 소음성 난청 청력검사를 담당하는 특별 진찰 의료기관을 일정한 요건을 갖춘 병·의원까지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청력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의 범위를 넓혀 산재 신청 과정에서의 의료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 건수는 2023년 1만7,182건에서 2024년 2만1,247건, 2025년 2만8,652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청력검사 특별 진찰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제한적이었다. 그 결과 2025년 기준 청력검사 특별 진찰에만 평균 234일이 소요됐고, 장해보상 결정까지는 평균 374일이 걸렸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청력검사 대기기간이 줄어들고, 공단 병원 등이 없는 지역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도 보다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재보험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의 물리적·시간적 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개정된 산재법 시행령 제118조 제1항 제4호는 소음성 난청을 진찰하는 경우에 한해, 공단이 정하는 인력 기준과 시설 기준 등을 갖춘 산재보험 의료기관 가운데 의원과 병원을 특진의료기관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무조건적으로 검사기관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전문성과 검사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검사기관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중요한 것은 검사기관의 확대와 검사의 신뢰도 확보가 서로 상충하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되, 전문성에 대한 검증과 사후관리를 병행한다면 검사 가능한 기관을 늘리면서도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검사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면서도 검사기관을 지역적으로 분산해 노동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번 제도 개선을 출발점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다.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지역별 의료 접근성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현재의 검사기관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만 단순히 기관의 숫자만 늘리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검사기관의 확대와 함께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체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의료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신뢰도 평가, 청력검사 장비의 정도관리, 검사자 숙련도 점검 등 지속적인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검사 받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제때, 신뢰할 수 있는 검사를 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이다. 산재보험은 질병이나 장해를 입은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청력검사 특별 진찰 의료기관 확대는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출발이다. 그러나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지역별 신청 건수와 검사 수요, 대기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검사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추가로 의료기관을 배치하는 후속 정책이 필요하다.
청력검사 기관의 확대는 단순한 의료기관 숫자의 증가가 아니다. 산재 노동자가 더 가까운 곳에서,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정확하게 검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곧 산재보험의 실질적인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제는 ‘검사기관을 늘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요한 노동자가 필요한 시기에 신뢰할 수 있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무법인 더보상 김나영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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