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시선으로 범죄 다시 본다…교정시설 11곳 VR 심리치료

이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07-30 16: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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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기관 수형자 392명 시범운영…인지왜곡·공격성 개선
▲ 아동학대 VR 치료 콘텐츠의 한 장면 [ 법무부 제공]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수형자가 범죄 상황과 피해자의 관점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전국 11개 교정기관에 도입된다.

 

법무부는 가상현실 기반 심리치료 시범운영에서 수형자의 인지왜곡과 공격성이 낮아지고 공감능력이 높아지는 변화를 확인함에 따라 7월 말부터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프로그램은 범죄 상황을 가상현실로 재현해 수형자가 당시 자신의 행동과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는 방식이다. 범행을 정당화하는 사고를 인식하고 피해자의 감정과 반응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존 집단 심리치료를 가상현실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방식은 아니다. 집단 상담과 교육 과정 일부에 가상현실 콘텐츠를 연계해 참여자의 몰입도와 범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설계됐다.

 

법무부는 범죄 유형에 따라 성폭력 6종, 스토킹 4종, 아동학대 4종, 가정폭력 4종 등 총 18종의 콘텐츠를 개발했다. 프로그램에는 범죄 장면과 피해자의 관점뿐 아니라 치료 진행자의 설명과 참여자가 선택지를 고르는 상호작용 과정도 포함됐다.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9개 교정기관에서 수형자 392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이 이뤄졌다. 법무부는 기존 집단 심리치료에 가상현실 콘텐츠를 적용한 처치집단과 집단 심리치료만 받은 통제집단의 사전·사후 결과를 비교했다.

 

평가 항목은 범죄를 정당화하는 왜곡된 사고를 뜻하는 인지왜곡과 신체적·언어적 공격성 및 적대감, 폭력에 대한 허용적 태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등이다.

 

성폭력 수형자 처치집단의 인지왜곡 개선율은 18.1%로 통제집단의 9%보다 높았다. 공격성 개선율은 처치집단 14.2%, 통제집단 2.4%였으며 공감능력 변화율은 각각 13.9%와 8.9%로 나타났다.

 

스토킹 수형자 처치집단의 인지왜곡 개선율은 17.2%로 통제집단의 7.6%를 웃돌았다. 공감능력은 처치집단에서 7.8% 높아졌으나 통제집단에서는 0.6% 낮아졌다.

 

아동학대 수형자의 공격성 개선율은 처치집단 11.2%, 통제집단 4.1%로 조사됐다. 공감능력은 처치집단이 2.2% 높아진 반면 통제집단은 0.2%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가정폭력 수형자의 인지왜곡 개선율은 처치집단 4.1%, 통제집단 0.6%였다. 폭력허용도는 각각 1.5%와 0.6% 개선됐으며 공감능력은 처치집단에서 4.4% 높아지고 통제집단에서는 2.2% 낮아졌다. 

 

법무부는 이 같은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프로그램 운영기관을 9곳에서 11곳으로 확대한다. 본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성과를 지속해서 분석하고 범죄유형별 콘텐츠의 장면과 치료 방식을 보완할 계획이다.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수형자는 “범죄 장면이 생생해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이 부끄럽고 힘들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형자는 “아들이 느꼈을 무서움과 두려움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가상현실 기반 심리치료는 수형자가 자신의 행동과 왜곡된 사고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피해자의 관점을 현실감 있게 체험하도록 하는 치료 기법”이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확대해 수형자의 건전한 사회복귀와 재범방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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