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승소 판결문인가 종이조각인가, '전세금반환소송' 실익 확보를 가르는 한계선

정태근 변호사 / 기사승인 : 2026-04-03 14: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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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다. 법적으로 임차인이 전세금반환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임대차 계약의 종료와 보증금 미반환이라는 사실관계만 명확하면 재판부는 대개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판결 이후'다. 대법원 사법연감의 강제집행 통계를 살펴보면, 승소 판결을 받고도 임대인의 재산이 없거나 교묘하게 은닉되어 실질적인 현금 회수에 실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결국 소송의 본질은 법리적 승패를 넘어, 어떻게 하면 가장 '스피드하게'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자산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실익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단계는 소송 시작 전 재산을 동결하는 보전처분이다.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기 전, 혹은 소제기와 동시에 반드시 부동산 가압류 등을 병행해야 한다. 임대인이 소송 소식을 듣고 자산을 처분하거나 다른 담보권을 설정해 버린다면,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얻어낸 승소 판결문은 실무상 무용지물이 된다. 임대인의 주거래 은행 계좌나 해당 부동산 외의 다른 자산을 선제적으로 묶어두는 것만으로도 임대인에게는 강력한 심리적 압박이 되며, 이는 소송 도중 조기 합의를 끌어내는 핵심 동력이 된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전략은 지연이자 12%를 활용한 법적 압박과 소송의 속도전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마친 뒤 집을 비워주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연 12%의 이자는 임대인에게 상당한 경제적 타격으로 다가온다. 이를 전략적으로 배치하여 판결까지 가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하게 만드는 것이 실무상의 핵심 기술이다. 즉 소송 자체를 임대인의 비용 부담을 극대화하여 심리적 항복을 받아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집행권원 확보 후에는 망설임 없이 강제경매를 즉시 실행하여 실질적인 회수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지체 없이 경매 절차에 착수해야 하는데, 경매 개시 결정만으로도 임대인은 자산 상실의 위기를 느껴 뒤늦게 보증금을 마련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경매 절차와 배당 순위를 치밀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므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전세금반환소송은 법원이 돈을 찾아주는 절차가 아니라, 돈을 찾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절차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자격 획득과 동시에 실전 추심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재판에서 이기면 돈이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보증금 회수의 성패는 집행력에서 갈린다. 임대인의 자산 구조를 신속히 파악하고 경매나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를 소송과 동시에 설계하는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소송의 실익은 판결문의 문구가 아니라 의뢰인의 통장에 찍히는 숫자로 증명된다. 자산 처분에 정통한 전문가의 조력을 구한다면 실질적인 보증금 환수라는 최종 목적지에 보다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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