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둘러싼 갈등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는 단순히 재산의 명의만으로 분할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공동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각각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재산 취득 자금의 출처는 물론 혼인 기간, 소득 활동, 가사와 육아 분담, 기존 자산의 관리와 유지 과정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혼인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상속·증여를 통해 취득한 재산은 일반적으로 ‘특유재산’으로 분류된다. 원칙적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상대방이 해당 재산의 유지나 가치 증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분할 과정에서 고려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더라도 장기간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면서 상대방이 경제활동과 재산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면 이러한 부분 역시 기여 요소로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특유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분할 가능성을 단정하기보다 혼인 기간 동안 해당 재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유지됐는지, 부부 각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채무 역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된다.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이나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발생한 채무처럼 혼인 공동생활을 위해 부담한 채무라면 재산분할 과정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반면 배우자 일방이 개인적인 유흥이나 사적 소비, 과도한 주식·가상자산 투자 등을 목적으로 부담한 채무라면 부부 공동채무인지 여부를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대출 잔액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출 발생 시점과 목적, 실제 자금의 사용처, 원리금 상환 주체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대출약정서와 금융거래내역, 카드 사용내역, 투자계좌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 채무가 공동생활을 위해 발생한 것인지 개인적인 목적으로 부담한 것인지 구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재산분할에서는 직접적인 경제활동 여부만으로 기여도를 판단하지 않는다. 전업주부가 장기간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면서 배우자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했다면 이러한 역할 역시 공동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혼인 기간이 길거나 전업주부였다는 사실만으로 일정한 기여도 비율이 자동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혼인 기간과 자녀 양육 상황, 각자의 소득과 경제활동, 재산 형성 과정, 가사 분담 정도, 특유재산의 규모와 관리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따라서 직접적인 소득이 없었다는 이유로 재산분할에서 불리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혼인생활 동안 자신이 담당했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산분할 과정에서 자신의 기여를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급여와 생활비를 관리한 계좌내역, 주택 구입 당시 자금 흐름, 대출 원리금 상환내역, 부동산 등기자료, 임대수익 관리내역, 보험료와 교육비 납부자료 등은 재산의 형성과 유지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상속이나 증여받은 재산이 쟁점이라면 취득 당시부터 현재까지 해당 재산이 어떻게 유지되고 관리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은 평가 시점과 방법에 따라 실제 분할금액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재산분할이라고 해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을 반드시 처분한 뒤 현금으로 나눠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의 경우 한쪽이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가액분할 방식을 검토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지분을 나누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급하게 매각하면 기대했던 자산가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현재 시세와 대출 규모, 대출 승계 가능성, 각자의 현금 지급 능력, 향후 자산가치 등을 함께 따져 적절한 분할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산 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재산분할에 따른 부동산 이전은 이전 원인과 자산의 종류, 이후 처분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세무상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합의서나 판결문에서 재산 이전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구 명의의 재산인가’를 따지는 데 있지 않다. 혼인 기간 동안 공동재산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하고 유지했는지, 채무가 어떤 목적으로 발생했는지, 각자의 역할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경기 침체와 자산 가격 변동이 큰 시기일수록 재산과 부채를 함께 분석하고 자신의 실질적인 기여를 체계적으로 입증하는 준비가 재산분할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 로엘 법무법인 송개동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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