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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욱 교사/소방안전교육사/미국 화재폭발조사관(CFEI) |
최근에 배에 탑승할 일이 있었다. 배에 탑승하면서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구명조끼의 다리 끈을 체결하고 있었다. 예전 해양안전교육 강사 연수 이수 시 4m 높이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선박탈출훈련을 연습하면서 구명조끼에 부착된 다리 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리 끈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부력으로 인해 구명조끼가 위로 뜨게 된다. 이때 몸통 끈의 조임 정도가 느슨할 경우 구명조끼가 위로 올라가며 몸에서 빠질 우려가 있다. 체형이 마른 아동이나 노약자분들의 경우 그 가능성이 현저하게 커지며 수영을 못할 경우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배를 탑승하고 나서 둘러보니 구명조끼의 다리 끈을 체결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구명조끼의 다리 끈을 체결하셔야 합니다’ 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배를 운행 및 관리하는 쪽에서도 다리 끈을 착용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주의가 없는 것 같았다.
약 8년 전의 일이다. 학생들을 인솔하여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강에서 보트 탑승 체험이 있었고 체험학습 운영기관 측에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누어주었다. 그런데 다리끈을 착용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다리 끈을 착용시키지 않으면 위험성이 크다고 운영기관 측에 가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러면 선생님들이 시간도 별로 없는데 학생들 다리 끈을 일일이 다 채워주실겁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말은 운영 측에서 체험 시간이 부족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학생들의 구명조끼 다리 끈을 채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운영 측에서 준비한 구명조끼는 초등학생들이 쉽게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의 구명조끼가 아니었다. 거기서 준비한 구명조끼의 다리 끈은 단번에 체결할 수 있는 버클형 체결식이 아닌 군대 배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끈을 틈 사이로 밀어 넣는 방식이었으며 성인들도 쉽지 않기에 초등학생들의 발달 수준에서는 스스로 체결하기가 어려운 형태였다.
인원은 120여명의 학생들이었다. 인솔교사 5명과 운영기관 측 인원 3명이서 120여명을 정해진 시간 이내에 탑승과 운행을 마치기엔 무리인 상황이었다. 다리 끈을 학생들에게 체결시키면서 학생들의 대열이 다시 틀어지고 혼란한 상황을 수습해서 배에 태울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아마도 체험 시간이 거의 다 소진되어 버릴 테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체험을 마친 후 즉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탑승해 다른 체험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순간순간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고 교사들은 판단과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런 상황을 교사들은 ‘구조적인 위험’이라고 부른다. 이미 위험한 상황이 준비되어있는 것이다. 수상 체험을 계속 운영하는 측에서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았다면 구명조끼를 버클을 바로 쉽게 체결하는 방식으로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버클형이 아닌 끈을 밀어 넣는 방식의 구명조끼가 단가가 더 저렴하니 그러한 것으로 준비한 것이라 판단되었다.
이것이 현장체험학습의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사고 나기 좋은 구조적 상황에 교사와 학생들을 밀어 넣는다.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일단 이 상황은 타개해야 했으므로 체험은 하되 학생들의 다리까지만 잠기는 얕은 곳에서만 보트를 운행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체험을 마무리 후 겨우 시간을 맞추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른 체험학습에서 생긴 일이다. 두 학교가 그날 같은 체험관에서 각각 체험하고 있었고 운영기관 측은 우리에게 한마디 통지도 없이 샤워장의 이용 시간을 두 학교가 같이 사용하도록 했다. 체험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학교와 철저하게 공간을 분리를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가면 모든 상황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전 답사 때 학생들을 분리하는 것이 운영기관 측과 합의되어도 당일 운영기관 측이 우리 시설이 이러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다시 ‘구조적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 안이 아닌 외부환경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날씨부터 시설, 강수, 알레르기, 부상자나 응급환자 발생 등등 정말 많은 변수들이 계속 개입된다.
그날 감독교사가 샤워장에 가서 감독하고 있었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지도 권한이 없는 타교 학생들이 샤워장에서 장난치다가 유리창을 깨서 그 유리가 본교의 학생 눈에 박히고 말았다. 119를 불러 응급조치하고 안과로 이송했다. 유리가 각막을 긁었으나 다행히도 경미한 상태였다. 운이 좋은 경우였다.
현장의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의 위험성을 모두 체감하고 있다. 위 사건처럼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이 매우 위험하다는 의견을 교사들이 아무리 사후평가 회의에서 전달해도 관행적으로 현장체험학습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위험에 계속 노출되는데 대체 누구를 위한 현장체험학습인가.
교사들이 사전 답사로 위험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막상 당일에 가보면 사전 답사 때 예측한 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는 많은 변수가 여럿 발생하게 되고 이는 인명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무고한 인명들이 세상을 떠났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체험학습 사고는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고 큰 사고가 발생할 아슬아슬한 순간들도 많았다.
이제 현장체험학습에 대해서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 아닐까. 무리한 현장체험학습을 축소시키고 교외체험학습의 허용 일수를 확대시켜 가족과의 여행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그리고 현장체험학습의 예산을 바우처로 교외체험학습을 가는 학생에게 지원한다면 관광업계와 학생 안전이 모두 상생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동욱 교사
*약력
-1급 정교사
-미국 화재폭발조사관
-소방안전교육사 및 소방학교 외래강사
-소방안전교육사 국민안전교육실무 교재 편저
-해양안전교육강사
-어린이 안전교육전문가 사람책(대구시립중앙도서관 등)
-한국119청소년단 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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