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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
[매일안전신문]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은 과거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꼭 안경원을 데려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안경 하나를 맞추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검안부터 완성까지 30분이면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지인이 한국 여행 중 안경이 깨졌는데, 안경원에서 새 안경을 바로 받아 놀랐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일상이지만,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빠른 서비스와 생활 시스템을 가장 선명하게 느끼게 하는 특별한 경험인지도 모릅니다.
이 에피소드가 재미있는 이유는 한국인에게 안경원은 아주 평범한 생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눈이 조금 불편하면 동네 안경원에 들어가 시력을 검사하고, 프레임을 고르고, 잠시 기다리면 새 안경을 받아 나옵니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 관광객은 이 과정을 놀라운 서비스 경험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유는 유럽의 안경 시스템이 한국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북미 지역은 대체로 안과 의사 중심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안경을 맞추기 위해 먼저 안과 예약을 하고, 시력 검사와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건강보험과 민간 보험 절차까지 연결돼 과정도 비교적 복잡한 편입니다. 예약 대기 기간이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의료 절차에 가까운 해외의 안경 구매가 한국에서는 빠르고 편리한 생활 서비스처럼 인식됩니다.
반면 한국은 안경원 중심 구조가 발달해 있습니다. 안경원에서 바로 검안을 하고, 렌즈를 선택하고, 현장에서 렌즈를 가공해 즉시 피팅까지 이어집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여행 중 잠시 들렀다가 안경을 바로 받아갈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것도 바로 이 속도입니다.
하지만 한국 안경원의 경쟁력은 단순한 ‘빨리빨리 문화’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한국 안경 산업은 오랜 시간 제조·가공 인프라를 축적해 왔습니다. 특히 대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안경 산업 클러스터는 국내 대표 제조 기반으로 꼽힙니다. 렌즈와 프레임, 부품, 가공 기술이 연결되면서 빠른 제작 시스템이 가능해졌고, 현장에서 즉시 렌즈를 가공하고 착용감을 조정하는 문화도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안경 산업 규모 역시 상당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안경원은 1만 곳 이상, 활동 중인 안경사는 약 1만7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네마다 안경원이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입니다. 촘촘한 생활 인프라와 빠른 접근성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한국적인 생활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속도에 놀란 뒤에는 가격에서 한 번 더 놀라고, 디자인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한국 안경원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렌즈와 프레임을 함께 맞출 수 있고, 얇은 메탈 프레임과 투명 뿔테, 뉴트럴 컬러 중심의 세련된 디자인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안경원은 단순한 시력 교정 공간이 아니라 한국식 스타일과 감각을 경험하는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실제 관광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2025년 6월부터 10월까지 안경원 상품 거래액은 직전 기간 대비 약 1608% 증가했습니다. 예약 고객 국적도 미국, 대만, 독일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명동 지역 안경원은 외국인 고객 상당수가 다른 관광 상품과 함께 예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안경원이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여행 일정 안에 들어가는 관광 목적지가 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안경렌즈·콘택트렌즈 산업의 성장도 눈에 띕니다. KOTRA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콘택트렌즈 수출은 약 2억 달러를 넘어섰고, K뷰티 확산과 함께 컬러렌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면서 한국 아이웨어 산업도 새로운 생활 한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K뷰티가 화장품으로 얼굴 분위기를 바꾸는 경험이었다면, K-아이웨어는 얼굴 인상을 바꾸는 생활 패션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생각해보면 한류는 늘 익숙한 일상 밖으로 조금씩 번져왔습니다. 음악과 드라마에서 시작해 음식과 화장품, 패션과 언어로 이어졌고, 이제는 안경원 같은 생활 공간에서도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안경 하나를 맞추며 “한국에서 맞춘 것”이라는 기억과 함께 한국의 속도와 서비스, 도시의 생활 감각까지 함께 경험합니다.
이제 한류는 공연장과 드라마 세트를 넘어, 안경원 같은 생활 공간에서 완성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안경을 맞추는 이유는 단순히 싸고 빠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들은 안경 하나를 통해 한국의 생활 방식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그 평범한 일상을 어느새 세계인이 일부러 찾아오는 특별한 장면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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