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공공기관 통합, 정말 효율적일까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8 09: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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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공학박사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개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통합이다. 발전 5사와 항만공사, 석유·가스공사처럼 비슷하거나 연관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을 하나로 묶어 중복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기능을 재배치해 조직 운영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기관 간 역할도 보다 명확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통합의 논리는 어렵지 않다. 여러 기관이 비슷한 관리조직을 각각 두고 같은 분야에 따로 투자하고 있다면 이를 하나로 묶었을 때 비용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구매와 연구개발, 정보시스템처럼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통합하면 규모의 경제도 기대할 수 있다. 조직 간 칸막이를 낮춰 인력과 예산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통합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발전 5사를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는 것도 이러한 논리와 맞닿아 있다. 각 발전사가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연구개발이나 설비 투자, 연료와 정비자재 구매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면 중복을 줄이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항만공사 역시 기관별 경쟁보다 국가 차원의 물류 전략 아래 역할을 조정한다면 투자와 운영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것과 실제 업무가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다섯 개 기관을 하나로 만든다고 해서 기존에 다섯 곳에서 수행하던 일이 저절로 하나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발전소를 운영하고 설비를 점검하며 현장을 관리하는 업무는 통합 이후에도 필요하고, 항만 역시 조직의 간판이 하나로 바뀌더라도 각 지역의 시설과 화물을 관리하는 기능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


결국 통합 과정에서 줄여야 할 것은 기관의 숫자보다 중복된 기능이다.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조직은 하나가 됐지만 기존 업무와 조직체계가 상당 부분 그대로 남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통합이 실제 효율화로 이어지려면 먼저 각 기관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어느 부분이 실질적으로 중복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통합 자체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서로 다른 기관의 인사와 보수체계를 맞추고 회계·계약 기준과 내부 규정을 통일해야 하며, 정보시스템과 조직·직제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기존 업무의 담당 부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협의와 보고 절차가 생길 수도 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조직부터 합치면 기관 수는 줄었지만 실제 업무 과정은 오히려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는 것 역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커지면 공동구매나 대규모 투자, 연구개발처럼 한곳에 힘을 모을수록 유리한 업무가 있는 반면 의사결정 단계가 늘어나고 본사와 현장의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던 문제까지 중앙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면 통합 이후 조직은 커졌지만 일은 오히려 느려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 통합은 단순히 몇 개 기관을 몇 개로 줄일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떤 기능은 중앙에서 통합하고 어떤 기능은 지역이나 현장에 남겨야 하는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조직을 합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각 기능이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위치를 정하는 것이다.


항만공사를 보면 이러한 구분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항만은 모두 국가 물류망을 구성하고 있지만 지역마다 물동량과 배후산업, 주요 화물과 운영 여건이 서로 다르다. 국가 차원에서 공동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는 업무는 통합할 수 있지만 지역 상황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판단해야 하는 업무까지 모두 중앙으로 가져가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역시 같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기관 모두 국가 에너지 공급과 관련돼 있지만 수행하는 사업과 운영하는 시설, 축적된 전문성에는 차이가 있다. 서로 겹치는 기능은 조정하되 각 기관이 오랫동안 축적한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까지 획일적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통합 이전에 어떤 기능을 함께 운영하고 어떤 기능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발전 5사도 마찬가지다. 발전회사의 숫자를 줄이는 것 자체보다 발전소 운영과 정비, 연료구매, 연구개발, 안전관리 가운데 무엇을 통합하고 무엇을 현장에 남길 것인지가 중요하다. 모든 기능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 효율적인 것도 아니고, 기존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업무의 성격과 현장 필요성을 기준으로 기능별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조직개편에 앞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조직도보다 기존 업무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업무지도다. 기관별 업무를 세분화해 중복되는 기능과 통합할수록 효과가 커지는 기능, 현장에 남겨야 할 기능을 구분한 뒤 그 결과에 맞춰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 조직부터 합쳐놓고 이후에 업무를 재배치하는 방식보다는 기능을 먼저 정리하고 그 기능에 맞는 조직을 만드는 방식이 개혁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통합 과정에서는 책임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직이 바뀌는 동안 담당자가 교체되고 부서와 보고선이 재편되면 기존에는 명확했던 업무 책임이 일시적으로 불분명해질 수 있다. 특히 발전소와 항만, 석유·가스시설처럼 지속적인 현장 관리가 필요한 국가 기반시설에서는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현장 관리와 보고체계가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 통합의 효과는 기관을 합친 직후의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중복 업무가 실제로 줄었는지,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는지, 관리비용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현장의 전문성과 공공서비스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일정 기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을 결정하는 단계부터 무엇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할 것인지도 함께 정해둘 필요가 있다.


결국 공공기관 통합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크게 합쳤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합치고 무엇을 남겼느냐이다. 통합으로 없어져야 할 것은 기관의 이름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겹쳐 있는 업무와 비효율적인 구조다. 필요한 기능과 현장의 전문성까지 함께 줄어든다면 기관의 숫자는 줄어도 개혁의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공공기관 통합의 목표는 더 큰 조직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필요한 기능은 유지하면서 중복을 걷어내고, 의사결정과 책임은 더욱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조직의 크기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잘 작동하는 조직을 만들었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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