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적 표현 국방일보 기사, 기자 개인 아닌 내부시스템 책임?

이송규 안전전문 / 기사승인 : 2020-05-15 23: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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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공중전투사령부가 해군2함대와 함께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실시한 방어훈련을 보도한 국방일보의 지난 7일자 7면 기사.(국방일보 PDF)
공군공중전투사령부가 해군2함대와 함께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실시한 방어훈련을 보도한 국방일보의 지난 7일자 7면 기사.(국방일보 PDF)

[매일안전신문] 최근 국방일보에 실린 한 기사가 남북 관계와 국내 여론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북한은 비무장지대 내 남측 GP 총격 비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면서 우리의 해상 군사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가 군사훈련의 국방일보 보도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군 관계자들을 불렀다고 한 언론이 보도하자 정치 공방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이 날짜 조선일보 1면에 실린 ‘北이 비난하자 국방부․육해공 불러 질책한 靑’이라는 제하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에서 회의를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질책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강 대변인은 “ 무엇보다 당시 회의는, 정책홍보점검 회의였다. 군의 훈련이나 작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당시 참석자들도 국방부 대변인과 각 군 정훈공보실장 등 정책홍보 라인에 있는 인사들이었다”며 “해당 기사는 오보보다 더 나쁘다는 과장 보도”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

조선일보는 이 날짜 1면 톱기사에서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 “지난 8일 북한이 우리 군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을 비난하자마자 국가안보실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 당국자들을 바로 청와대로 불러 경위 파악에 나섰다”면서 “국방일보에 훈련 내용이 실렸는데, 그 때문에 북한의 반발을 샀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사에는 “북한이 우리 훈련을 비난했다고 청와대가 고위급을 단체로 호출하고 조사까지 나선 건 심하다”는 군관계자의 발언까지 실렸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발표한 인민무력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공군 공중전투사령부가 지난 6일 해군2함대와 함께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실시한 방어훈련을 ‘군사 대결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인민무력성 대변인은 “모든 것이 2018년 북남(남북) 수뇌회담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더욱이 엄중한 것은 남조선 군부가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고 이러한 군사연습을 벌려놓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절대로 스쳐 지날 수 없는 엄중한 도발이며 반드시 우리가 필요한 반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격앙했다.


조선일보 15일지 1면 보도.
조선일보 15일지 1면 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군이 훈련한 전북 군산 인근은 남북 군사 합의상 훈련이 금지된 해역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은 우리가 수년째 연례적으로 해 오던 훈련이라는 점에서 북측의 민감한 반응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도대체 무엇이 북한을 자극한 것일까. GP 총격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안보 전문가들은 남측의 군사훈련보다 아무래도 지난 7일 국방일보 기사의 보도에서 10차례나 나온 ‘적’이라는 표현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주적 표기를 삭제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주적 개념이 살아났으나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나 정상회담을 한 문재인정부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국방일보 기사가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지인 국방일보에 어떻게 해서 ‘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기사가 실렸을까.


지난 7일 자 국방일보 7면에 ‘敵 도발 원점 타격·작전능력 확인’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쓴 기자는 서 모 기자다. 서 기자는 국방일보에서 근무한 지 1년 남짓 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일보에서 이 기자 이름을 검색해 나오는 기사 1442건 중 가장 오래된 건 2019년 2월 6일 쓴 기사다. 해당 기자는 국방일보 기사에서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몰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아니라 국방·안보 정책을 오랫동안 다룬 국방일보의 데스킹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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