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심층진단] 공사장 용접작업 이대로 괜찮은가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20-05-07 15:22:10
  • -
  • +
  • 인쇄
최근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참사현장.(YTN 캡처)
최근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참사현장.(YTN 캡처)

[매일안전신문] 소중한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참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2008년 이천 물류창고 사고때처럼 우레탄 작업 도중 발생한 유증기에 불꽃이 튀었고, 샌드위치 패널 소재로 불이 삽시간에 확산했다는 점에서 판박이 사고다.


이번 이천 화재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수사와 감식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하 2층에서 이뤄진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관계기관과 벌인 현장감식에서 산소용접기와 절단기, 전기톱 등을 수거했다. 물론 담뱃불이나 다른 화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용접 불티, 작업후 7시간 지나서도 화재 일으킨다


용접(welding) 작업은 2개 이상의 물체나 재료를 용융, 즉 고체를 가열해서 액체로 만들거나 반용융 상태로 만들어 접합하는 것을 말한다. 상온 상태의 부재를 접촉시키고 압력을 가해 접촉면을 밀착시키면서 접합하는 금속적 이음작업(압접)이나 두 모재료보다 용융점이 낮은 금속을 녹여 접합시키는 이음작업(납땜)도 용접에 속한다.


용접 작업 과정에서는 1600~3000도로 매우 높은 온도의 불티가 다량 발생해 주변으로 튄다. 풍속이나 풍향 등 현장 조건에 따라 불똥이 튀는 거리는 늘어난다. 용접 불티는 주변으로 날아간 뒤 상당 시간이 지나서도 축열을 지니고 있어 화재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용접 불티가 단열재 내부에 들어가면 온도가 낮거나 산소가 부족해 화염없이 서서히 연소되는 '훈소' 상태가 진행되다가 산소 공급이나 축열 등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불꽃을 일으키는 화재나 폭발로 확산할 수 있다.


2014년 5월 경기도 고양터미널 가스배관 가용접 작업중 용접불티가 우레탄 폼을 태우면서 5분만에 화재로 이어지면서 유독가스를 내뿜어 9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2017년 2월 부산에서는 모 중학교 증축 현장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스티로폼으로 불똥이 튀어 불이 나면서 작업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4월에도 대구 한 목재공장에서 용접 작업 중 불티가 집진기에 튀어 화재로 이어졌고, 당진 한 제철공장에서도 용접 작업 중에 불티가 석탄에 튀어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했다.


A공장에서 집진기 설치공사 중 용접을 마치고 철수한 뒤 7시간이 지나 집진기와 덕트가 연결된 작업장에서 불이 나는 등 용접 후 2~7시간 지나 불이 나는 사례도 있다.


용접과정에서 샌드위치 패널에 튄 불티가 화재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안전보건공단 제공)
용접과정에서 샌드위치 패널에 튄 불티가 화재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안전보건공단 제공)

건축공사장 화재 10건 중 4건, 용접·절단·연마작업 중 부주의 탓


건축공사장 화재만 놓고보더라도 화재 10건 중 4건은 용접·절단·연마 과정에서 발생한 불티가 원인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 건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2017년 165건, 2018년 161건, 2019년 126건, 총 452건으로, 20명이 부상하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축공사장 화재 원인별로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353건(78.1%)으로 10건 중 8건 꼴이었다. 나머지는 전기적(49건, 10.8%), 기계적(7건, 1.5%), 화학적(2건, 0.4%), 미상(39건, 8.6%) 원인이었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를 분석해 보면 절반이 넘는 184건(52.1%)이 용접·절단·연마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나머지는 담배꽁초(69건, 19.5%), 불씨·불꽃·화원방치(54건, 15.2%), 가연물 근접방치(21건, 5.9%), 기타 부주의(8건, 2.3%)이다.


용접 작업중 필요한 안전조치 사항.(안전보건공단 제공)
용접 작업중 필요한 안전조치 사항.(안전보건공단 제공)

용접작업 끝난 뒤에도 화재감시자가 1시간 이상 살펴야


안전한 용접작업을 위해서는 화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관계자 외 출입과 11m 이내 접근을 막고 다른 작업을 멈추게 하고 비산 불티를 관리할 작업자를 배치하거나 방호 커튼을 설치하는 게 좋다. 가연성 물품은 치우거나 방화장벽을 치거나 방화패드, 커튼, 내화성 타포린 등으로 엎어둔다.


또한 화재감시자를 배치하고 작업 중은 물론이고 작업 후 일정 시간 날아간 불티가 없는지, 훈소 징후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화재감시자는 작업이 끝난 뒤에도 1시간 이상 훈소 발생 징후가 없는지 작업 장소와 인접한 위층과 아래층까지 주의깊게 감시해야 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용접·용단작업 시 준수해야 할 안전수칙으로 용접·용단 작업반경 5m 이내에 소화기를 갖추고, 작업장 주변 반경 10m 이내에는 가연물을 쌓아 두거나 놓아두지 말며, 용접작업 후에는 30분 이상 작업장 주변에 불씨가 남아 있는지 확인할 것을 정해놓고 있다.


신열우 시 소방재난본부장은 “건축공사장 화재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현장 관리책임자 및 작업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임시소방시설 설치와 용접·용단 등 작업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신윤희 기자


[저작권자ⓒ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신윤희 기자 신윤희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