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화재는 빈집 신고로 시작, 불에 약한 구조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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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낮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해 야간에도 불길과 연기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
소방당국은 오후 3시59분 대응 1단계를, 4시29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 인력 232명과 헬기 6대 등 장비 110대, 경찰 256명, 보건소 308명이 투입됐다. 투입 인력은 보도에 따라 168명, 200명가량, 800명 등으로 엇갈린다.
오후 7시30분 2차 브리핑까지 확인된 사상자와 실종자, 고립된 사람은 없다. 주민 39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강남구는 개포중과 구룡중 체육관을 대피소로 마련했다. 연기는 서울 도봉구와 경기 안양에서도 보였고, 인근 주민들은 가스통 폭발음으로 추정되는 굉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후 8시쯤 현장을 찾아 불길이 조금씩 잡히는 추세이며 밤사이 진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처음엔 산 쪽으로, 바람이 바뀌자 남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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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은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강남권이 개발되던 1970~1980년대에 철거민들이 이주해 조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축구장 약 40개 면적에 8개 지구가 있다. 불이 난 2지구는 구룡산 자락과 양재대로에 붙어 있다.
불이 빠르게 번질만한 여러 조건을 갖춰져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온용 솜인 ‘떡솜’과 비닐, 합판으로 지은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LP가스통과 전선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다. 이는 과거 화재 때 소방당국 설명에서도 되풀이해서 나온 사안들이다.
2009년 이후 최소 16건
구룡마을에서는 2009년부터 2023년 1월까지만 해도 최소 16건의 화재가 났다.
2014년 11월9일 오후 1시50분쯤 7-B지구 한 고물상에서 시작된 불은 8지구까지 번져 오후 3시35분쯤 진화됐다. 마을 전체 5만8080㎡ 가운데 900㎡가 탔고 16개 동 63세대가 불에 탔다. 이재민은 136명이었다. 처음에는 인명 피해가 없다고 발표됐으나 잔해를 수색하던 중 71세 주민의 시신이 발견됐다. 좁은 진입로와 가건물 밀집으로 소방용수 확보가 어려웠고, 초속 5m 강풍이 불었다는 점이 진화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2017년 3월29일에는 오전 8시52분쯤 7B지구에서 불이 나 소방차 55대와 인력 180여 명이 투입됐다. 1시간40분 만에 큰 불길이 잡혔고, 30여 가구 주민이 모두 대피했다. 당시 소방 관계자는 판자촌 특성상 집들이 빽빽이 붙어 있고 가연성 물질이 많아 진화가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마을은 화재가 잦아 소방당국이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해 왔다.
2022년 3월에는 주택 11채가 불탔고, 불이 대모산으로 번져 산림 일부가 소실됐다. 2023년 1월20일에는 4지구에서 주택 60채, 약 2700㎡가 불에 타 이재민 62명이 났다. 소방당국은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는 잠정 결론이었고, 방화로 의심할 정황은 없다고 했다. 마을에 폐쇄회로(CC)TV가 거의 없어 목격자 진술로 최초 발화 지점을 추적했다.
올해 1월16일에는 오전 5시쯤 4지구 빈집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5·6지구로 번졌고, 4·5·6지구 주민 258명이 대피했다. 이재민은 181명(129세대)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오전 8시49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오후 1시28분 완진했다. 인력 1258명과 장비 106대가 투입됐다. 당시에도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개발 목표는 2020년에서 2031년으로
구룡마을 개발은 오랫동안 표류했다. 2011년 5월 주민 전입신고가 허용되면서 공영개발이 가능해졌고, 서울시는 같은 해 4월 총 2793세대 규모의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발 방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 속에 사업이 취소와 재개를 반복했고, 2014년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그해 11월 화재가 나자 재논의가 시작됐고, 12월 서울시가 100% 공영개발 방식을 받아들이면서 사업이 진전됐다. 2016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가결됐다. 당시 서울시는 2018년 착공, 2020년 말 완료를 목표로 했다.
그 뒤 2020년 6월 실시계획 인가가 고시됐을 때 목표는 2022년 착공, 2025년 하반기 완료였다. 두 목표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7월21일 서울시 제3차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는 이 사업의 M블록과 B2블록 공공주택 2120가구를 조건부 가결했다. 구역 전체로는 3739가구 규모다. 서울시는 2027년 착공,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개발 목표가 2020년에서 2025년, 다시 2031년으로 미뤄지는 동안 마을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이 사이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졌고, 2022년 8월 집중호우 침수로 이재민 100여 명이 났다.
사람이 줄어도 불은 난다
이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SH에 따르면 1107세대에 이르던 거주 세대는 현재 54세대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8월 보도에서는 1107가구 중 163가구가 이주하지 않았다고 했고, 일부 주민은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SH는 3월 253가구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냈지만 주소 불명 등으로 송달이 지연되고 있다. 구체적인 철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화재의 피해 가구가 77가구라는 점도 이 숫자들과 맞지 않는다. 강남구청이 밝힌 피해 가구는 77가구로, SH가 밝힌 거주 세대 54세대보다 많다. 두 수치의 집계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마을에 몇 세대가 남아 있는지부터 정리돼야 불이 났을 때 대피 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1월에는 4지구 빈집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H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빈집 철거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주민의 이주 거부와 망루 설치 등으로 늦어졌다. 철거 전까지 남은 가건물과 빈집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 1월 화재 뒤 4지구와 6지구에서는 펜스를 치고 정비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이번에 불이 난 곳은 1월의 4·6지구가 아닌 2지구다. 그곳에서 어떤 점검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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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
철거가 늦어질 때 안전은 누가 맡나
재개발 구역이나 철거 지연 지역의 화재 위험을 따로 집계한 국내 통계는 없다. 판자촌 화재만 따로 모은 공식 통계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참고할 만한 지표는 단독주택 화재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경기도 단독주택 화재의 사망률은 2.06%로, 전체 평균 0.8%의 2.58배였다. 진입로가 좁아 초기 진화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장 도착 시간이 5분 이내인 비율은 단독주택이 10.7%로 아파트 13.9%보다 낮았다. 구룡마을과 같은 구조는 아니어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소방 전문가들은 재개발 대상에서 빠졌거나 시설 개선이 어려운 판자촌에서는 소화장치 사용 교육과 대피 안내가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4월 송파구 화훼마을 화재 취재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다.
구룡마을은 불에 약한 자재와 밀집 구조, 소방 접근의 어려움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개발 목표는 계속 미뤄졌다. 그 사이 올해만 두 번 큰불이 났다. 다만 여러 요인이 어떤 인과로 이어졌는지는 앞으로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월 화재의 원인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앞으로 합동감식을 하는 과정에서 남은 가건물과 빈집의 관리 주체, 잔류 세대 수, 1월 화재 뒤 점검 내용도 이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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