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이나 버스는 짧은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이는 곳이다. 급정거로 몸이 쏠리거나 승객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신체가 닿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같은 공간적 특성을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접촉하는 행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중교통추행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접촉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생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형법상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한 경우 성립할 수 있다. 대중교통 안에서 발생한 사건 역시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당시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만으로 추행이 성립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판단에서는 접촉 부위와 방식, 지속 시간과 반복 여부, 당시 승객들의 위치와 움직임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특히 우연한 접촉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인지, 혼잡한 공간이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의도적인 행위로 평가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대중교통이라는 장소 자체가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가 법적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하철이나 역사, 버스 내부의 CCTV에는 당사자의 위치와 이동 과정, 접촉 전후의 움직임 등이 일부 나타날 수 있다. 주변 승객의 목격 내용이나 사건 직후 신고 과정에서 확인되는 정황도 함께 검토될 수 있다. 다만 CCTV가 접촉 장면 자체를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영상 하나만으로 사건 전체를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자료를 연결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야 한다.
피해자의 진술 역시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 및 재판부는 진술의 내용과 구체성, 일관성, 다른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실관계를 판단한다. 피의자 입장에서도 접촉 사실을 부인하는 데 그치기보다 당시 탑승 위치와 이동 경로, 주변 상황 등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추행 혐의가 인정될 경우 형사처벌과 함께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등 추가적인 법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과 수사기관이 확보한 자료 사이에 차이가 생기기 쉽다. 혼잡한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일수록 신고 내용만으로 당시 상황을 단정하기보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가 각각 무엇을 확인해 주는지, 반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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