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국민은 법을 미리 알 필요가 없다'고 보는 국토부 공무원

이송규 안전전문 / 기사승인 : 2020-04-08 20: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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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미리 법 내용을 알려고 하지 말고 내일 홈페이지에 공개되니 그 때 보라’


9일부터 개정된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시행된다. 최근 실내공기질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감안해 현재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과 주상복합 건축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된 환기설비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기자는 새 규칙이 실내공기질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 촘촘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8일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시행을 바로 하루 앞뒀는데도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 외에는 입법예고 등에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지난해 7월1일 올려진 ‘환기설비 기준 강화로 건축물 미세먼지 대폭 줄인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있기는 했다. 그동안 이 규칙이 확정됐는지, 입법예고 등을 거치면서 손질이 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나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불가능했다.


결국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녹색건축과 3대의 전화번호에 번갈아 전화를 걸었다.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번갈아 14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25분 만에 겨우 연결됐다.


전화를 받은 녹색건축과 안슬아 주무관이었다. 안 주무관에게 “14번만에 통화돼 다행”이라고 했더니 “현재 코로나19 관련으로 부재중이어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사무실에 없어서 전화를 바로 받지 못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기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관련 공무원과 의료진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기에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내일부터 소규모 주택 건축물에 대해서도 환기 설비를 설치한다고 하는데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안 주무관은 “담당자가 부재중이라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고만 답했다.


어렵게 통화한 것이라서 답변을 꼭 듣고 싶어 거듭 “간단한 내용입니다. 내일부터 변경된다고 하는데 자세한 변경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홈페이지 어디에 있는지라도 알려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한테 들은 답변은 당혹스러웠다.


“내일 9일이 되어야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내일 변경된다고 국토부 귀 과에서 발표했는데 하루 전에도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까운데요.”


“네, 제도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수 없습니다.”


정말 제도가 그렇게 돼 있는 것일까.


법률이나 규칙 등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국민이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그런데 시행을 하루 앞두고서도 내용을 알 수 없고, 더군다나 시행 당일에나 알 수 있다고 하니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공무원을 위한 법인지, 국민을 위한 법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두달 넘게 정은경 본부장 등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보건당국자와 전국의 의사, 간호사, 소방관들이 녹초가 될 정도로 일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출과 관련해 신용보증재단 직원들은 서류 심사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공무원 상당수는 재택근무에 나서고 있다. 좀이 쑤실 정도일 성 싶다. 그렇다고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평소 이 많은 공무원이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요즘 국토부 공무원이 국민의 문의 전화 한 통도 받아줄 수 없을 정도로 바쁜지 의문이다. 그러지 않은데도 그런 태도를 보였다면 국민을 법 같은 건 알 필요도 없는 존재로 봐서인 건 아닐지 생각하니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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