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역주행 참변에 9명 희생…급발진과 운전부주의 가능성 상존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24-07-02 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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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승진 회식 마친 은행원 4명 등 직장인들 숨져
사고운전자는 경력 40여년의 베테랑 버스운전기사
사고후 차량 서서히 멈춰선 서 급발진 가능성 낮춰
보행자와 전방차량 피하는 장면은 급발진쪽 무게
▲ 서울시청 앞 대형교통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 연합뉴스)

 

[매일안전신문=신윤희 기자] 끔찍한 참사였다. 일과를 마치고 회식하던 공무원이, 직장인이 참변을 당했다. 9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다쳤다. 숨진 서울시청 팀장에게는 우수팀으로 선정돼 상을 받은 날이었다. 은행 직원 4명은 동료 승진과 인사 발령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진 뒤에 변을 당했다.

사고를 낸 68세 운전자는 40여년 경력의 베타랑 버스운전사로 확인됐다. 운전자는 급발진에 따른 사고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급발진은 피의자 진술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고령 운전자의 잘못이든, 급발진이든 언제든지 유사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서울시청 팀장·은행원 등 30∼50대 직장인들 참변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27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200m 가량 되는 일방통행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달리기 시작하더니 시청역 7번 출구쪽에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덮쳤다. 차량은 역주행 과정에서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내달렸다. 철제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으나 차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행자를 친 차량은 100m 가량 더 가다가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멈춰섰다.

 
▲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사고로 현장에서 6명이 바로 숨진 것으로 비롯해 9명이 숨졌다. 평일 저녁 퇴근한 직장인들이 몰리던 시간이라서 피해가 컸다.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30대와 50대 남성이 각각 4명, 40대 남성이 1명이다.

사망자 중에는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김모 팀장도 들어 있는데, 자신의 팀이 우수팀으로 선정돼 상을 받은 날이었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세워진 서울광장 운영·관리를 맡으면서 유족들과도 소통을 잘 해 평가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직원 4명은 동료의 승진과 인사 발령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인도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청역 주변은 직장인들이 일을 마치고 회식을 자주 하는 이른바 ‘먹자골목’이라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사망자 외에도 40대 남성 1명과 30대 남성 1명, 60대 여성 1명, 70대 남성 1명이 가슴과 허리, 팔 등에 통증을 호소해 적십자병원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신고를 받고 오후 9시33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차량 37대, 인원 134명을 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수습했다.

◆사고자는 운전경력 40여년의 베테랑 운전자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제네시스 운전자 A씨(68)를 검거했다. 차량에는 운전자의 60대 아내도 함께 타고 있었으나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 시청역 차량 역주행 사고 상황도. /연합뉴스

 

A씨는 음주를 한 정황이 없었고 급발진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갈비뼈 골절이 있어서 말을 하기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그는 경기도 소재의 한 여객운송업체에 소속된 베테랑 버스기사로 확인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회사 기사가 맞다"며 "촉탁직으로 1년 4개월 정도 일했고,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데 사고가 난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한 A씨는 지난해 2월3일자로 경기도 안산 K여객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전했다.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입사 후 사고 이력은 없었고, 주변 기사들은 A씨가 원래 술도 안 마시는 베테랑 기사였다고 한다. 서울에서도 버스기사를 해서 서울 지리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급발진 주장과 운전부주의 둘 다 가능성

운전자 A씨가 급발진을 주장하면서 고령운전자의 운전부주의인지, 급발진 사고인지 논란이다.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급발진 보다는 운전부주의 가능성에 우선 눈길이 간다.

CCTV영상에서는 운전자가 몰던 차량은 역주행해 인도를 덮친 뒤 100m 가량 더 가서 멈울 때 서서히 멈춰서는 모습이 확인된다. 통상 급발진 사고에서는 차량을 제어할 수 없다보니 차량이 벽이나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멈춘다. CCTV 영상 등에선 차량이 감속하다가 스스로 멈춰 선 듯한 장면이 담겨 있다. 더군다나 급발진 사고 시 엔진이 급가속되면서 나는 굉음을 들었다는 목격자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사고 지점으로부터 50m 가량 떨어진 건물의 CCTV로 보면 빠르게 달리던 사고차량이 인도를 걷던 보행자를 가까스로 피하려는듯한 장면이 보인다. 회피 운전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가 사고 차량은 마지막 멈춰서기 직전 시민을 치고 나서가 아니라 차량과 부딪친 뒤였다는 점에서 급발전 사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은 60대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은 급발진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는 피의자의 진술일 뿐”이라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고, 피의자가 주장하는 부분(급발진)까지 전체적으로 수사 대상에 놓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과수에서 차량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하기까지 통상 1∼2개월이 걸린다.

이 사고가 급발진이더라도 지금까지 급발진이 법적으로 인정된 사례가 한 건도 없어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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