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칼럼] 재요양의 함정, 한번 실권(失權)은 영원한 실권인가?

유경선 노무사 / 기사승인 : 2026-05-29 15: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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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고장 난 기계의 부품은 새것으로 교체하면 그만이지만, 사람의 신체는 그렇지 않다. 한 번 심각하게 손상된 뼈와 관절, 혹은 업무상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망가진 신체 기능은 표면적인 치료가 끝난 후에도 언제든 다시 악화될 수 있는 취약성을 안고 살아간다. 산재보험법이 최초의 '요양' 절차 외에, 상병이 재발하거나 상태가 악화되어 적극적인 치료가 다시 필요해질 때를 대비한 '재요양' 제도를 별도로 마련해 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번 고장 난 신체는 다시 고장 날 수 있다는 명백한 의학적 사실을 법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산재보험법 제51조 제1항은 요양급여를 받은 사람이 치유 후 요양의 대상이 되었던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이 재발·악화되어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는 경우를 재요양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근로복지공단에서 문제 삼았던 것은 ‘요양급여를 받은 사람’에 대한 문언 해석이다.

여기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 요양 승인은 받았으나, 요양비 청구 소멸시효인 3년을 넘기는 바람에 실제로는 단 1원의 요양비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가 있다. 시간이 흘러 상병이 악화되었고 재수술과 함께 장해까지 남게 되어 재요양을 신청했으나, 공단은 ‘요양 승인은 받았으나 요양급여를 받지 않은 사람’이라는 좁은 해석에 갇혀 재요양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아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이러한 공단의 처분에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 있음을 지적하며 제동을 걸었다.

법원 판결의 주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재요양은 요양이 종결된 후 재발 등으로 실시하는 요양이라는 점 외에 최초요양과 성질을 달리하지 않는 요양급여의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최초요양에 따른 요양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효력 범위를 별개의 청구권에 대하여까지 확장하여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법령상 문언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지 않고, 재해근로자의 실질적 권리 보호라는 산재보험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석을 내렸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산재 보상의 핵심은 행정기관의 기계적인 문언 해석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질병 간의 의학적·법리적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여 합당한 권리를 구제받는 데 있다. ‘요양급여를 받은 사람’이라는 글자에 매몰되어 향후의 권리마저 원천적으로 제한해 버리는 기존의 행정 처분은 법의 근본적인 목적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과거의 실권(失權)이 미래의 합당한 권리마저 억압하는 족쇄가 될 수는 없다.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표면적인 이유 이면에 가려진 법리적 맹점을 파악하고 논리적인 대응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것, 이 한걸음이 망가진 신체를 안고 살아가는 재해근로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구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노무법인 더보상 유경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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