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수 한류이야기] K-웰니스, 관광이 아니라 ‘관리’

하지수 대표 / 기사승인 : 2026-01-14 14: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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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일정표를 들여다보면,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문장이 눈에 띕니다. “한국 도착 후, 두피 관리숍 방문.”

공항에서 호텔로 직행하던 여행 공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짐을 풀기 전에, 사진을 남기기 전에, 먼저 몸을 맡기는 여행. 한국 여행의 첫 장면이 ‘관리’로 시작되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습니다.

‘한국식 두피 관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미용 서비스와는 다릅니다. 확대 카메라로 두피 상태를 확인하고, 컨디션에 따라 스케일링과 마사지, 영양 관리를 단계별로 진행합니다. 조명은 밝지 않고, 설명은 차분합니다. 그래서 외국인 방문객의 후기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머리를 감긴 게 아니라, 돌봄을 받았다.” “얼굴 스킨케어처럼 두피도 관리한다는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2024년 하반기 이후 외국인 대상 두피 관리 예약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고, 이용객의 중심은 20~30대 여행객이었습니다. SNS에서 확산된 “두피도 스킨케어처럼”이라는 인식은 이제 여행의 목적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일부 방문객은 귀국을 앞두고 다시 한번 관리 일정을 넣습니다. 한국 여행에서 웰니스가 시작과 끝을 잇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웰니스의 동선은 두피 관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 이후, 또 하나의 체험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공연을 마친 주인공들이 대중목욕탕에서 피로를 푸는 장면, 그 익숙한 한국의 풍경 말입니다. 찜질방에서 몸을 데우고, 사우나를 거쳐 때밀이로 이어지는 이 순서는 한국인에게는 일상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새로운 문화 경험입니다.

틱톡과 SNS에는 한국에서 때밀이를 처음 경험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꾸준히 올라옵니다. “처음엔 조금 아팠지만 묘하게 시원했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는 말이 반복됩니다. 세신을 마친 뒤 ‘양머리’를 하고 찜질방 바닥에 앉아 식혜를 마시는 장면까지, 드라마 속 장면을 직접 살아보는 체험이 됩니다.

흥미로운 통계도 있습니다. 2025년 명절 기간, 웨스틴 조선 서울이 운영한 때밀이 포함 웰니스 프로그램 이용객의 약 84%가 외국인이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고객 비중이 높았습니다. ‘한국인의 고운 피부 비결은 때밀이’라는 소문은 이제 하나의 여행 동기가 되고 있습니다.

대중목욕탕이 부담스러운 외국인을 위해 1인 세신숍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작은 공간에서 혼자 조용히 목욕과 때밀이를 받는 방식은 “조금 부끄럽다”는 문화적 차이를 배려한 한국식 해법입니다. 홍대·강남·성수 일대의 1인 세신숍 예약 고객 상당수는 외국인입니다. 영어와 일본어로 정리된 안내 문구는 이 문화가 이미 국제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줍니다.

왜 외국인들은 굳이 이런 체험을 한국에서 찾을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한국식 웰니스에는 결과보다 과정에 공을 들이는 태도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두피 상태를 먼저 살피고, 충분히 설명하고, 천천히 관리한 뒤 물 한 컵과 식혜로 숨을 고르는 순서.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이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글로벌웰니스인스티튜트(GWI)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웰니스 관광 시장 규모는 약 8,300억 달러에 달했고, 2028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웰니스가 ‘특별한 여행’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생활 관리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책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치유관광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웰니스를 산업 영역으로 규정했습니다. 기본계획, 인력 양성, 인증 제도 도입은 관광객 수보다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를 우선하겠다는 신호입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전국 88곳의 우수웰니스관광지를 선정한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의료관광 통계도 이러한 흐름을 분명히 뒷받침합니다. 202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1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93% 이상 증가했고, 누적 환자 수는 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치료를 목적으로 들어온 방문 이후 두피·피부·영양·회복 관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치료 이후의 관리 수요가 웰니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한국의 체험형 웰니스는 상품의 기능이나 가격 경쟁을 넘어 태도의 경쟁력으로 작동합니다. 개인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그에 맞는 관리 방식을 제안하는 과정에는 정성, 맞춤, 그리고 책임감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는 서비스의 언어라기보다, 돌봄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제 분명해집니다. K-웰니스는 관광이 아니라 관리입니다.
사진보다 몸의 감각이 오래 남고, 소비보다 돌봄의 태도가 기억되는 경험.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오래 다듬어 온 돌봄의 문화가 오늘날 세계인에게 가장 한국적인 여행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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