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배임 혐의, "회사를 위한 결정이었는데?" 억울한 경영 판단과 범죄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박수찬 변호사 / 기사승인 : 2026-04-08 09: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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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기업 경영이나 실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은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때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과감하게 내린 결단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손실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때 많은 경영자와 실무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가장 가혹한 위기가 바로 배임 혐의다. 본인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혹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굳게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기관으로부터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추궁을 받게 되면 당혹감을 감추기 어렵다.

형법상 배임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해는 '내가 직접 돈을 챙기지 않았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본인이 이득을 취하지 않았더라도 회사 등 본인에게 손해를 입히고 제3자에게 이익을 주었다면 배임 혐의를 인정한다. 심지어 현실적인 손해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손해 발생의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회사를 위해 내린 결정이 실패했다고 해서 모두가 처벌받아야 하는가. 법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영 판단의 원칙'이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목적이 없었고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여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회사의 최대 이익을 위해 결정했다면, 설령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이를 배임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원칙이 만능 열쇠는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해당 결정이 내려질 당시의 시장 상황, 내부 규정 준수 여부, 이사회 보고 및 승인 절차의 투명성 등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검증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마음속으로 회사를 위했다"는 주관적인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성패를 가른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배임 혐의 사례 중 하나는 계열사 간 지원이나 부실 채권의 인수다. 자금난에 처한 모기업이나 자회사를 돕기 위해 무담보로 자금을 대여하거나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는 경영적 관점에서는 그룹 전체의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는 지원을 해준 주체인 개별 법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지원 행위가 없었을 때 발생할 파급 효과와 지원을 통해 얻는 실익을 정밀하게 비교 분석한 보고서가 없다면 이는 영락없이 배임 혐의의 그물망에 걸려들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도 배임 혐의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핵심 인력이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사업 기회를 가지고 나가 별도의 법인을 차리거나 회사 자금을 적절한 증빙 없이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다.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지출이었다"거나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다"라는 해명은 법정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행위에 '불법 영득의 의사'나 '배임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미필적 고의, 즉 '손해가 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기에 매우 정교한 방어 논리가 필요하다. 당시 결정이 최선이었음을 보여주는 회의록, 전문가 자문서, 유사 사례 분석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제출해야 한다.

배임 혐의는 '회사를 위한 선의'라는 주관적 동기와 '객관적 절차의 흠결'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핵심이다. 수사 기관은 결과적으로 발생한 손해를 바탕으로 행위자의 고의성을 역추적하기 때문에 피의자는 당시 결정이 개인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정황 증거와 법리적 근거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경영 판단의 원칙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무법인 YK 안양 분사무소 박수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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