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칼럼] 근로복지공단의 건설업 소음 노출 수준 판단 지침, 공정 보상을 위한 것인가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인가?

정승진 노무사 / 기사승인 : 2026-05-18 11: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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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공단은 건설업 소음 노출 실측 자료가 없는 경우 동종 직종의 소음 수치를 적용해 처분의 일관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동종 직종 소음 수치” 활용한 건설업 직종별 소음 노출 수준 판단 요령」(이하 ‘지침’이라 함)을 시행하였다. 지침의 주요 내용은 건설 근로자가 근무한 현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없는 경우, 최근 5년간 작업환경측정 중 최빈값을 보정한 수치를 적용하며, 이때 직종의 판단은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급한 경력증명서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처분의 일관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재해 근로자의 공정한 보상보다 공단의 행정적 편의에 치우쳐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첫째, 최근 5년 최빈값만을 반영하는 것은 과거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외면하는 처사이다. 대다수 재해 근로자는 수십 년간 현장의 소음에 노출된 끝에 난청 진단을 받는다. 그럼에도 공단이 ‘최근 5년 최빈값’만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과거의 훨씬 더 열악했던 노동 환경을 사실상 외면하는 것이다. 불과 3년 전, 공단 스스로 내놓았던 「소음성 난청 소음 노출력 산정 표준화 방안」은 과거 작업환경이 현재보다 열악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여, 전체 결과 중 최댓값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번 지침은 이러한 원칙을 ‘최근 5년의 최빈값’으로 후퇴시켰다. 이는 개별 근로자의 장기적인 노출 이력을 무시하는 것이며, 결국 산재 승인 문턱을 높여 재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사업주 주도의 직종 결정, 근로자에게는 시정할 권리가 없다. 소음 노출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결국 ‘직종 판단’이다. 공단은 경력증명서 상의 직종을 사실상 절대적인 잣대로 삼고 있다. 문제는 경력증명서 상 직종의 입력 주체가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이며, 기재 내용의 정정 또한 사업주가 직접 신고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아가 사업주의 오기재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즉, 근로자는 자신의 실제 작업 내용과 경력증명서 상 직종 기재가 불일치하더라도 이를 직접 시정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경력증명서에 기재된 직종에 대해 개별적·실질적 검토 없이 일률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지침은 처분의 일관성과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재해 근로자의 구체적인 삶의 궤적을 지워버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행정의 편의가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받을 권리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근로복지공단은 지금이라도 산재법의 본래 목적을 되새겨야 한다. 소음 노출 판단에 있어 기계적인 수치 대입이 아닌, 보다 개별적이고 실질적인 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번 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노무법인 더보상 정승진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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