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부정행위에 대한 법적 응징의 유일한 수단으로 남은 위자료 청구 소송은 역설적으로 가장 감정적이면서도 가장 냉혹한 수치 계산이 오가는 전장이 되었다. 배우자의 외도를 마주한 피해자는 평생을 약속한 신뢰가 무너진 대가로 억만금으로도 보상받지 못할 상처를 호소하며 거액의 위자료를 희망하지만, 실무상 법원이 인정하는 액수는 피해자의 기대치와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외도위자료는 결코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부르는 것이 값이 아니며, 전략 없는 고액 청구는 오히려 소송 비용의 부담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의뢰인이 상처받은 마음을 보상받기 위해 최대한 높은 금액을 청구해달라고 요청하지만, 가사 소송의 실무에 정통한 전문가라면 이를 만류하기 마련이다. 법원이 통상적으로 인정하는 외도 위자료의 가이드라인은 부정행위의 수위와 기간에 따라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이며,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한하여 5,000만 원 선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명확한 전략 없이 1억 원 이상의 고액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2,000만 원만 인용된다면, 나머지 8,000만 원에 해당하는 패소 비율에 따라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일부 부담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많이 부르면 많이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결과적으로는 승소하고도 경제적 실리는 잃게 만드는 전형적인 승자의 저주를 부르는 셈이다.
단순히 외도 사실 자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고액의 위자료를 확보하기에 부족하다. 법원이 위자료를 증액하는 지표는 부정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 그리고 그로 인해 혼인 관계가 얼마나 회복 불가능하게 파괴 되었는지에 달려 있다. 우선 외도 이전부터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 나 있었다는 상대방의 전형적인 항변을 무력화해야 하며 외도가 파탄의 결과가 아니라 직접적인 원인임을 입증하는 논리적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성관계 여부를 직접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어 숙박업소 출입 기록이나 심야의 부적절한 연락 등 사회통념상 부정행위로 간주될 만한 정황을 밀도 있게 제시해야 한다.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이 반성 없이 범행을 부인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며 2차 가해를 가하는 태도 역시 위자료 가중 사유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다.
한편, 상간자와 본인의 배우자 모두 유부남이나 유부녀인 경우, 한쪽이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은 상대방 배우자의 맞대응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된다. 이때 많은 이들이 놓치는 사실은 위자료가 단순히 산술적으로 상계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독립적으로 책정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송 비용과 정신적 소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상간자 소송에서 위자료는 각 소송의 원고와 피고가 누구냐에 따라 별개로 취급되므로, 내가 받은 상처의 깊이만큼 상대방의 배우자 또한 동일한 크기의 보상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법원은 각 사건의 부정행위 기간과 정도, 그로 인해 각 가정의 혼인 관계가 실제로 파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독립적으로 심리한다. 만약 우리 집은 외도 사실을 알고도 혼인을 유지하기로 한 반면, 상대방 가정은 이로 인해 이혼에 이르게 되었다면 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을 더 무겁게 물어 상대방 배우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즉, 내가 청구한 위자료보다 내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가 더 커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만 보아도 법리적 판단이 감정적 복수심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위자료 소송을 제기할 때 가장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변호사 선임 비용과 인지대 등 소송 자체에 들어가는 매몰 비용이다. 쌍방의 배우자가 서로를 향해 위자료를 청구하게 되면 각자는 원고이면서 동시에 피고의 지위를 갖게 되므로, 방어를 위한 법적 대응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게 된다. 만약 양쪽 가정에 책정된 위자료가 비슷하게 결정되어 사실상 경제적 이득이 제로에 수렴하더라도, 양측이 지출한 수천만 원의 소송 비용은 고스란히 각자의 가계에 치명적인 손실로 남는다.
배우자의 배신으로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의뢰인들에게 법리는 때로 차갑고 무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냉정한 현실 인식이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실질적인 보상을 쟁취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이혼 및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수많은 가사 분쟁의 최전선을 지켜오며 확인한 진실은, 감정의 해소와 법률적인 실익은 엄연히 별개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위자료 소송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단순한 보복 수단이 아니며 잘못 다룬다면 오히려 스스로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또한, 두 가정이 얽혀 있는 ‘교차 소송’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유책을 증명하는 것만큼이나 본인의 방어선을 견고히 구축하여 상대의 역공에 대비해야 한다. 무조건 고액을 청구하며 승소를 장담하는 막연한 약속보다는 법원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데이터와 정황을 전략적으로 배치하여 상대방이 합의 테이블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세련된 전략이 필요하다.
/ 로엘 법무법인 이태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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