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구 변호사의 사건파일⑨] 섬유기계 제조공장 화재...연소피해자의 보험사로부터 제기된 '구상금 청구 소송' 승소 사례

매일안전신문 / 기사승인 : 2023-09-18 09: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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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내에서 약 4만 건의 화재가 발생한다. 화재는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원인과 책임소재를 놓고 복잡한 분쟁이 발생하기 일쑤다. 사후처리가 복잡하다.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화재 책임을 둘러싼 공방과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게 된다. 지난 20여년간 화재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해 온 김동구 변호사와 함께 화재소송 사례를 분석하고 일반인이 알아둬야 할 현명한 대응책 등을 알아보는 장기기획물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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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A는 보험회사로서 연소피해자에게 화재보험금을 지급한 자이고, 피고 B는 대구 북구에서 건물 일부를 임차하여 섬유기계 제조업을 영위하는 자이다.

2022년 11월 7일 10시 40분경 B가 임차하여 사용하는 건물의 2층 사무실 내부에서 불이 시작되어 임차건물을 태우고, 이격거리가 거의 없이 붙어있던 인근 건물 세 채에까지 불이 확산되어 건물 및 내부 집기들이 소훼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보험사인 A는 피해를 입은 인근건물 소유자에게 건물 손해 상당의 보험금 약 1억원을 지급하고, 최초 화재가 발생한 건물의 임차인인 B에게 상법 제682조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규정에 따라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1억원을 구상금 청구하였다.

피고 B는 사무실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유로 불이 난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며, 본 법무법인 사무실에 방문하여 상담한 뒤 소송을 의뢰하였다. 소방의 화재현장조사서, 국과수의 감정서 등을 토대로 B 및 B의 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상담 내용과 화재보고서 분석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꼼꼼하게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2023년 8월 23일 제1심 판결 선고가 있었다. 보험사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것이었다. 의뢰인 B의 승소판결이었다. 아래에서 이 사건의 개요와 재판진행 상황, 판결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 사건개요

대구 북구의 한 공단의 건물 내부 사무실에서 화재 발생하여 화재 발생 건물과 인접한 공장건물 총 4채가 불에 소훼됨. 보험사 A는 피해를 입은 인접 공장건물의 소유자에게 보험금으로 약 1억원을 지급하고, 상법상 보험자대위 법리에 따라 최초 발화지점의 임차인 B에게 구상금 소송을 제기한 사건.

원고 : A(보험사, 연소피해자의 보험자)
피고 : B(최초 화재발생한 공장 건물의 임차인)
화재발생 : 2022년 11월 7일, 소장접수 : 2023년 3월 27일, 제1심 판결선고 : 2023년 8월 23일

◆ 대구북부소방서의 화재조사결과와 원고의 주장

화재현장을 조사한 대구북부소방서는 최초 신고자가 최초 발화지점 공장 2층 모서리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한 점, 인접 공장 관계자가 최초 발화지점 공장 2층 사무실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한 점, 2층 사무실 안쪽이 다른 곳에 비해 연소가 심한 상태이고 벽면에서 V패턴의 연소형상이 관찰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화재가 공장 2층 사무실 내부의 벽면 쪽에서 최초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벽면에 생긴 V패턴은 최초 발화지점에서 가연물이 불에 타면서 발생하는 가스가 뜨거운 열기에 의해 역삼각형으로 퍼지면서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따라서 화재가 의뢰인이 사용하는 2층 사무실 내부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원고 A는, 화재가 피고 B가 사용하던 사무실에서 발생하였으므로 민법상 공작물책임(제758조 제1항) 및 일반불법행위책임(제750조) 법리에 따라 피고 B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 변론진행 과정

민사소송에서는 증명책임의 분배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당사자 일방에게만 증명하도록 하면 소송이 불공평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당사자 주장의 종류에 따라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정해지고, 증명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그 불이익은 증명책임이 있는 당사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민법상 공작물책임과 일반불법행위책임의 성립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책임이 성립함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즉,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행사하는 보험사 원고 A에게 공작물책임 및 일반불법행위책임의 성립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는 것이다.

일반불법행위책임의 성립에 관한 증명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점은 민법 법리상 확정되어 있고, 공작물책임의 성립에 관한 증명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점은 대법원 판결의 확립된 견해이다(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7다218208 판결 등).

이러한 법리에 따라 피고 B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하며, 원고 A에게 화재 발생 책임에 관한 증명을 자세히 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아무리 피고 B가 사용하던 사무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더라도, 어떤 공작물의 하자로 인하여 어떻게 화재가 발생하였는지(공작물책임 관련), 어떤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확산한 것인지(일반불법행위책임 관련) 특정해서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여야만 공작물책임과 일반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재판부에도 원고 A가 그러한 증명을 다하지 아니하면 원고 청구는 기각되어야 함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원고 청구가 기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사건 화재는 피고가 사용하던 2층 사무실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재판부 입장에서는 원고 청구를 손쉽게 배척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화재 발생 원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밝혀 재판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화재 발생 책임이 피고에게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피고가 임차하여 사용하던 건물은 노후화 되어 건물에 설치된 전기배선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최초 발화지점 근처에는 임대인에 의해 철제 덕트관 안에 설치된 전기배선이 있었다. 화재 발생 당시 사무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전기배선의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V패턴은 위 전기배선 근처에 형성되었고, 그 근처에는 다수의 절연피복이 소실된 전선과 단락흔이 발견되었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발생 가능성을 더 보강해주는 객관적·과학적 증거물이다.

임대인이 설치한 전기배선의 하자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하였다면 그 화재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고, 임차인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즉, 연소피해자의 피고 B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부정되는 것이므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원고의 청구도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 제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내용

① 화재는 피고의 2층 사무실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시 피고 공장은 영업하지 않는 상태로 문이 잠겨 있었고 가스난로 또한 꺼져있었다. 사람이 상주하거나 작동 중인 기계가 없었고, 가스누출 및 폭발 등의 흔적도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계적 요인, 가스누출, 인적 부주의에 의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② 사무실 벽면과 바닥에서 절연피복이 소실된 전선이 다수 발견되고 단락흔도 식별되었다. 단락흔은 절연파괴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을 수도 있고, 연소확대 과정에서 화염에 의해 생성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위 전선들이 임대인이 설치한 배선인지, 임차인이 설치한 배선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③ 소방의 화재현장조사서는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은 판단불가하다고 하였고, 최종적으로 원인을 미상으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피고가 건물에 관하여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거나(공작물책임 관련) 건물의 화재 안전관리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을(일반불법행위책임 관련)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결 론(시사점) : 화재소송에서도 증명책임을 다하는 것은 필수다.

화재소송에서 최초 발화지점이 명확하게 밝혀졌다는 점에만 매몰되어 증명책임을 다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다. 최초 발화지점이 명확하더라도, 무조건 발화지점의 점유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물을 임차하기 전부터 설치되어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 같은 임대인의 지배·관리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면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재 발생지점이 명확하더라도, 공작물의 하자나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입증책임을 다해야만 원고 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 여느 민사소송과 같이 화재소송에서도 증명책임을 다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 김동구 변호사


◆ 김동구 변호사 프로필
-1962년 12월 5일생
-법무법인(유한) 금성 화재소송센터 화재전문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대학원 법학과 수료
(노동법 석사과정)
-한국화재조사학회 정회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전,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주요취급업무 - 화재, 건축 관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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