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흘러가는 한강물에서 찾은 도시의 에너지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 / 기사승인 : 2026-10-30 09: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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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물에 존재하는 열에너지를 활용해 건물의 냉난방에 이용하는 수열에너지 시스템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서울시는 한강과 상수도 도수관로의 물이 가진 열을 도시 냉난방에 활용하기 위해 수열에너지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26년 9월 기준 53MW인 누적 보급량을 2030년까지 305MW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는 약 2만 6,000가구에 열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소개된다.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사업, 성수동 K-프로젝트,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도 수열에너지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한강 원수를 직접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우리가 익숙하게 바라보던 한강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게 한다.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이 단순한 자연환경을 넘어 건물을 냉난방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열에너지는 물을 연료처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물이 이미 가지고 있는 열을 회수하거나 건물에서 발생한 열을 물 쪽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기존 에너지 이용 방식과 차이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여름철에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한강물을 냉방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해도, 겨울철 한강물은 매우 차갑다. 기온이 떨어지면 강 일부가 얼어붙기도 하는데, 이런 물에서 어떻게 건물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열을 얻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와 에어컨의 작동 원리에 있다. 냉장고 내부는 차갑지만 뒤쪽이나 측면에서는 열이 방출된다. 내부의 열을 외부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에어컨 역시 실내의 열을 흡수해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장치의 핵심에는 냉매와 압축기가 있다. 냉매는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고, 압축기를 거치면서 압력과 온도가 높아진다. 이후 응축 과정에서 열을 방출하고, 팽창 과정을 거쳐 다시 열을 흡수하는 순환을 반복한다. 수열에너지에 사용되는 히트펌프도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차이가 있다면 주로 외부 공기와 열을 교환하는 일반적인 공기열원 방식과 달리 한강물을 열교환의 대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강물을 냉매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냉매는 밀폐된 회로 안에서 순환하며 열교환기를 통해 물과 열을 주고받는다. 정상적인 설비에서는 냉매와 한강물이 직접 섞이지 않는다. 즉, 한강물을 건물의 난방 배관에 그대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존재하는 열을 회수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겨울철 한강물은 차갑지만 열에너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히트펌프는 물에 남아 있는 열을 회수한 뒤 압축기를 이용해 냉매의 온도를 높인다. 이후 뜨거워진 냉매가 응축기에서 난방용 물로 열을 전달하면, 데워진 물이 건물의 난방 설비에 공급된다. 한강물을 직접 끓이는 것이 아니라 낮은 온도의 물에서 회수한 열을 난방에 필요한 높은 온도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는 주로 열을 이동시키고 온도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히트펌프가 전기 1kWh를 사용해 난방열 3kWh를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약 2kWh의 열은 한강물에서 가져온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가상의 사례이며 실제 효율은 수온과 설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전기에너지를 직접 열로 바꾸는 전기저항식 난방기와 달리, 히트펌프는 외부에 존재하는 열을 추가로 활용한다. 따라서 조건이 적절하다면 같은 양의 전기로 더 많은 난방열을 공급할 수 있다. 다만 겨울철 수온이 지나치게 낮아지거나 난방에 필요한 온도가 높아지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 계절별 수온과 취수량, 열교환기 성능, 난방수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열에너지의 또 다른 특징은 계절에 따라 냉방과 난방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겨울에는 한강물에서 열을 가져와 건물에 공급하고, 여름에는 건물 내부에서 발생한 열을 물 쪽으로 내보낸다. 같은 수자원을 이용하지만 열의 이동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름철 건물에는 햇빛과 높은 외부 기온, 사람과 전기기기 등으로 열이 쌓인다. 일반 에어컨은 이 열을 외부 공기로 방출하지만, 수열에너지 시스템은 한강물과 열을 교환해 냉방에 활용한다. 다만 여름철 한강물이 반드시 건물보다 차가운 것은 아니다. 물의 온도와 유량, 열교환기 설계에 따라 냉방 효율이 달라지며, 수온이 높아지면 열을 방출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다.

 

취수와 방류에 따른 수환경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여름에는 건물에서 발생한 열이 물로 전달되고, 겨울에는 물에서 열을 회수하는 만큼 열교환 이후의 수온 변화가 주변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강은 계절에 따라 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거대한 열 저장고에 비유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열을 저장하는 인공 축열시설과는 달리, 한강물이 가진 열적 특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수열에너지는 물에 존재하는 열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냉난방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물을 이용한다는 사실만으로 환경적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열을 이동시키는 냉매의 종류와 관리 방식은 반드시 살펴야 할 부분이다.

 

일부 냉매는 대기 중으로 누출되면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일부는 가연성이 있어 안전 설계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히트펌프에서는 냉매가 밀폐된 회로 안에서 순환하지만 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냉매의 종류와 사용량, 배관의 밀폐성, 누출 감지와 환기 체계, 정비 및 폐기 과정에서의 냉매 회수 관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설비의 전력 소비 역시 중요한 평가 대상이다. 히트펌프가 기존 냉난방 방식보다 높은 효율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실제 절감량은 운전 조건과 시스템 전체의 전력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취수시설과 배관, 열교환기 등의 설치·운영에 따른 환경 부담과 한강 수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결국 수열에너지의 친환경성은 단순히 물을 활용한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존 냉난방 방식과 비교해 전력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냉매 누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지하는지, 설비의 설치부터 폐기까지 환경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2030년 수열에너지 보급 목표 305MW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강의 열을 활용해 대규모 건물의 냉난방 수요를 일부 충당할 수 있다면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선택지가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보급량 확대 자체가 곧바로 에너지 절감이나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305MW는 설비의 보급 규모를 나타내는 수치이지 실제 절약한 에너지의 양이나 줄어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하려면 설치 이후의 운전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 기존 냉난방 방식과 비교해 전력 사용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운영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때 히트펌프뿐 아니라 취수·순환펌프 등 부대설비의 소비전력도 포함해야 한다.

 

경제성 역시 건물과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한강이나 도수관로에서 건물까지의 거리, 배관 설치비, 취수와 열교환 비용, 필요한 냉난방 온도와 설비 가동 시간 등이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열에너지는 모든 건물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만능 기술이 아니다. 건물의 용도와 입지에 따라 다른 고효율 냉난방 기술과 비교하거나 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정책도 보급량뿐 아니라 실제 에너지 절감량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 운영비, 냉매 관리 수준, 수환경 영향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검증하는 방향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기술의 가능성과 실제 운영 성과를 구분해야 정책의 효과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에너지를 얻기 위해 연료를 태우거나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왔다. 그러나 도시에는 이미 존재하지만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열이 있다. 건물과 산업시설, 하천 등에 존재하는 열을 적절하게 회수하고 이동시킨다면 에너지 이용 방식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한강의 수열에너지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름에는 건물에서 발생한 열을 물 쪽으로 내보내고, 겨울에는 물에서 열을 회수해 난방에 활용한다. 냉장고와 에어컨에서 이미 사용해 온 기술을 도시 기반시설과 결합해 새로운 에너지 활용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강은 서울의 경관과 시민의 생활공간을 구성하는 동시에, 적절한 기술과 관리 체계가 갖춰진다면 도시 냉난방을 지원하는 에너지 기반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를 현실적인 성과로 연결하려면 높은 효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냉매와 수환경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경제성과 환경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도시의 미래는 반드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느냐에서도 시작된다. 한강의 물속에 존재하는 열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은 자연과 도시 기반시설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실제 에너지 절감과 환경적 성과로 입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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