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을 둘러싼 법조계의 기류는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혼인 기간에 비례해 기여도를 기계적으로 배분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자산의 성격과 형성 과정에 대한 실질적 기여를 각 사안별로 꼼꼼하게 따지는 추세다. 특히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현시점에는 혼인 전유재산이나 상속·증여 받은 '특유재산'을 혼인 기간 중 어떻게 유지하고 방어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다. 대법원 사법연감의 이혼 관련 통계 지표를 살펴보더라도, 재산분할 등 금전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소송의 장기화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원칙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청산함과 동시에, 이혼 후 상대방의 생계유지를 보장하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 분할의 과정은 우선 부부 각자의 명의로 된 모든 자산과 채무를 샅샅이 파헤쳐 분할 대상이 되는 공동재산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다음 단계가 바로 가액으로 산정된 총자산을 각자의 지분율에 따라 쪼개는 작업인데, 이때 적용되는 유일한 기준선이 바로 각자의 기여도다. 즉, 아무리 수십억 원의 공동재산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나누는 최종 배분율은 오직 기여도에 의해 결정되므로, 재산분할의 실질적 성패는 이 단계에서 갈리게 된다.
실무상 재산분할 소송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은 '가사노동과 내조의 가치를 계량화된 자산 가치 상승과 어떻게 연결 지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법원은 가사노동이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다는 점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부동산이나 기업 지분 등 이른바 대형 자산의 가치 증식 앞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비대칭적 태도를 취하곤 한다. 외부적 요인으로 자산 가치가 급등한 경우,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이 그 증식 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공백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명의가 누구에게 있든 해당 자산의 감소를 방지했거나 가치 유지에 실질적으로 협조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법리적 관점에서 재산분할기여도는 단순한 시간의 누적이 아닌 대체 비용의 절감 및 기회비용의 제공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시장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예컨대 배우자가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가정 경영을 전담한 행위는, 상대방의 인적 자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무형의 투자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실무적으로는 혼인 생활 중 발생한 대출금의 상환 내역, 자녀 교육 및 양육을 통한 상대방의 경제 활동 보장, 가계부나 금융 기록을 통한 지출 통제 행위 등을 유기적으로 엮어내어 자산의 감소 방지 기여도를 부각하는 전략이 주효하다.
재산분할기여도 산정은 수학적 공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까다로운 법리를 고려해 혼인 생활 전체를 재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오래 살았으니 반을 달라'는 식의 온정주의적 접근은 법원을 설득할 수 없다.
재산분할은 감정의 영역이 아닌 철저한 증거와 수치의 영역이다. 상대방의 재산 은닉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사실조회와 재산명시 명령 등 치밀한 절차적 대응이 선행되어야 하며,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법관이 납득할 수 있는 시장 가치의 언어로 치환하여 상대방 특유재산의 유지·증식과의 인과관계를 촘촘하게 증명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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