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령기준만 적용해 임금 깎는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확정...유사소송 잇따를 듯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6 16: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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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의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안전신문=신윤희 기자] 2016년 공기업부터 시작된 정년 60세 연장과 더불어 유행처럼 도입된 임금피크제와 관련,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기준으로만 임금을 깎는 건 고령자고용법을 어긴 것이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주요 기업들이 업무조정없이 임금만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라 큰 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모 연구기관에서 퇴직한 A씨가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조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해당 연구원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2009년 노조와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 기존 61세이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되 55세 이상 근로자들에 대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1991년 입사한 A씨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9월 명예퇴직할 때까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임금이 월 93만∼283만원이 줄었다.


 B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노동자를 차별했는지가 이번 사안의 쟁점이었다. 고령자보호법 4조의4 1항은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갖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원고를 포함한 55세 이상 직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 관해 차별하는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이 규정한 ‘연령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와 관련,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 폭이나 기간, 임금삭감과 더불어 업무량이나 업무강도가 줄었는지 적정성 등에 따라 임금피크제 위법여부가 갈린다는 뜻이어서 앞으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일부 기업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의 업무시간을 줄이거나 근무강도가 낮은 형태의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도 업무강도나 업무시간에서 별로 변동이 없이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에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이 별도 업무 조정 없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3년이라서 당장 소송을 내더라도 2019년 5월 이후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임금에 대해서만 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

 이날 판결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의취지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이라며 “향후 고령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 감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통해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고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 시 노동자에게 별도 직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세져 불만이 커지고 수당 삭감 등으로 갈등만 커졌다”면서 “지금 같은 방식의 임금피크제는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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